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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촌놈들의 제국주의』-우성훈 著, 개마고원

- 윤수경(평화여성회 공동대표)


미국 대통령으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자 한국에서는 그가 후보시절 한미 FTA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기 일어났다. 한국에서 먼저 FTA를 인준해버려야 한다느니, FTA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느니 하는 논란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한미FTA가 도대체 우리에게 얼마나 이득과 폐해를 가져다주는지 잘 모른다. 다만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게 아주 큰 영향을 주나보다 정도로 알고 있을 뿐이다. 이런 아둔함은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이 일어났을 때나, 이라크 파병이나, 침을 튀기며 말하는 ‘한류’ 열풍이나, 황우석 줄기세포사건,「디 워」라는 괴물영화에 대해 한국사회가 온통 호들갑을 떨며 난리를 피울 때도 도대체 그것이 왜 중요 잇슈로 시끄러운지 그저 멀뚱한 얼굴로 쳐다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우연히 읽게 된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그런 일련의 사태들을 실로 꿰어서 내 눈 앞에 펼쳐보여 주었다. 글쎄, 저자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꽤 흥미로운 점은 부정하지 못하리라.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제목이 거칠다. ‘촌놈’의 손처럼 꺼끌꺼끌하고, ‘제국주의’라는 이름은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제국주의에 치떨리게 당해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지금 한국이 바로 『촌놈 제국주의』행세를 하고 있다고, 근거 있게 비판한다. 식민지를 가져본 적도, 가질만한 능력도 없으면서 제국주의적 속성을 드러내는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바로 한국, 한국사회, 우리 라는 것이다.


1. 〈이라크 파병 : 경제적 이익만 있다면...〉

- 2004년 한국은 역사상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하였다. 이라크 파병이 그것이다. ‘자신이 비용을 지불하는’경제적 군사파병을 한국 자본주의 역사에서 처음 결정한 것이다. 그게 뭐 그리 큰일인가? 이미 한국은 UN평화유지군에 수차례 파병한 적이 있고, 박정희정권 시절 베트남전에 파병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그러나 그때는 ‘사실상 용병’이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하면서 ‘돈’이 필요해서 했던 파병이었다. 물론 참전비용도 지불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이 그 이전의 파병과 완전히 질을 달리 하는 것은 ‘국익‘이라는 다음과 같은 경제적 이익 때문이란 점이다.

1)중동지역의 석유 개발 및 사용에 대한 권리
2) 이라크지역 전후 재건에 대한 한국 건설업체의 참가
3) 중동지역의 한국 영향력 확대에 의한 전자제품 등 수출 증가
4)(경제적 이익은 아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관계의 강화와 이를 통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양보

- 즉 이라크 파병은, 한국 자본의 해외건설을 더욱 원활하게 하고 자원과 시장을 확보한다는 고전적인 ‘제국주의“ 정의에 잘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은 결코 방어적 의미의 전쟁이 아니다. 좀더 꼬집어 말한다면, 앞으로 경제적 이해가 존재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파병을 통해 세계전쟁에 가담하겠다는, 일종의 한국 자본주의의 질적 전환에 대한 암묵적 선언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은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이미 내부적으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 한국경제가 절실히 해외시장과 해외자원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과, 둘째는 파병과정이 권위주의 정권이 일방적으로 행한 게 아니라 대단히 민주적이며 절차적 하자 없이 그야말로 ‘국민들이 원해서’ 행해졌다는 점이다.

2.〈수출제일주의: 경제영토가 필요하다〉

-박정희시절 유신정권은 압축성장을 이루는 산업화 과정에서 국내 소비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전략적 수출품을 집중 생산하는 ‘수출주도형 전략’을 산업발전 방법으로 택했다. 그런데 이러한 수출 제일주의 경제는 수출이 국내경제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을 때 급격히 위축되거나 기형적으로 전개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다. 또한 이러한 수출의존형 경제는 당연히 그 특유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낸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서...”라는 이유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그리고 이렇게 외부의 힘을 원동력으로 작동하는 경제가 패권주의로 전환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전형적 제국주의의 전환은 종교,문화, 그리고 군대의 순서를 밟게 된다. 한국의 예를 보자.

a.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과거 유럽의 카톨릭처럼 한국 제국주의 첨병 역활은 세계 최대규모의 대형 교회들이 담당함으로써 전형적인 제국주의형 종교진출의 근간을 형성하였다. 동남아,아프리카,중동지역에 이르기까지 한국자본이 진출하게 될 지역에 선교단이 파견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b.문화적 진출은 한국의 경우 수출주의와 관련된다. 2004년부터 문화진출에 해당하는 ‘한류’ 열풍은 한국 국민들에게 수출과 민족주의형 쇼비니즘이라는 두가지 요소의 결합으로 무조건 좋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베트남 같은 곳에서 한류는 전형적 제국주의형 문화의 속성을 띄게 된다. -제국주의를 향한 이런 문화적 사건의 클라이맥스는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사건이다. 이 사건은 국가주의와 수출주의가 열광적으로 결합하여 국론통일을 이루었거니와(조작이 밝혀지기 국민들의 흥분상태를 상기해보라) 지지자의 규모로 보나 지지층로 보나 한국에서 국가주의와 패권적 팽창에 대한 반대세력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보여주었다.

c.군대 파견에 대해서는 이라크 파병으로 앞서 말했기에 다시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은 이미 80%를 넘어선 한국경제의 대외 의존도와 한국 자본주의 내부에 누적된 다양한 불균형들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게 커져 외부의 식민지, 혹은 식민지에 준하는 경제영토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정치 및 이념은 아직 제국주의가 적합하지 않지만 한국의 경제는 이미 제국주의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 지난 10년 동안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남북경제협력’ (줄여서 남북경협)이었다. 인도적 지원이다, 퍼주기다 하는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어느 쪽이든 그 배후에는 인도적 차원의 배려를 넘어서 돌파구 없는 한국의 잉여자본이 북한이라는 배후지로 진출하려 한다는 것을 깔고 있다. 북쪽의 저렴한-혹은 저렴할 것이 분명하며 앞으로도 저렴하게 유지시키려는- 노동력과 남쪽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되어 이루어낼, 그야말로 한국 자본주의의 ‘마지막 비상구’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자본주의는 그간 자본주의의 바탕을 형성시켰던 섬유산업 등의 제조업들을 어떻게 유지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을지 고민에 빠져 있다. 이미 많은 제조업이 비용이 적게 드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이전하면서 일찍이 영국에서 겪었던 ‘산업 공동화’ ‘역산업화’ 현상이 위기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이제 북한이란 존재는 지난 10년을 거치면서 경제적 의미로 ‘식민지’에 더 가까워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다른 먼 나라에 외부 식민지를 갖기 어려운 한국 자본주의 입장에서 북한은 매우 매력적이다. 중국보다 가깝고 ,동남아보다 임금이 싸고, 아프리카보다 훨씬 양질의 노동력을 가지고 있는(거기다 언어까지 통하는) 북한만큼 좋은 식민지가 있을까? 한국의 자본은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지금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지나친 수출의존도, 양극화, 수도권 집중 등의 불균형이 극단의 상태에 와 있다. 더욱이 이 서울 중심주의는 서울에 지나치게 많은 것들이 집중된다는 규모의 불균형만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기반 자체를 앙상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까지 안고 있다. 문제는 서울과 지방 사이의 이런 기형적 불균형이 서울과 북한 경제 사이에서도 기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일단 인프라 건설을 축으로 건설자본들이 먼저 북으로 진출할 텐데 부동산에 의한 서울 집중화를 만들어낸 주축 중의 하나가 건설자본이란 점을 상기할 때 북한이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개발과정에서 토지 소유와 국토 생태관리 등 제도정비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한국 전역에서 벌어졌던 부동산 투기가 똑같은 방식으로 북한경제에서 재현되는 경우이다. 그 그림은, 서울시민이 1등국민이고, 남쪽 지방에 거주하는사람들이 2등국민, 지금 북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3등국민이 되는 계층분화일 것이다. 매우 차별적이며 거주 공간에 따른경계가 명확한 끔찍한 국민경제 구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욱 큰 문제는,이를테면 한국의 지방경제를 초토화시킨 건설자본이 북한 전역을 개발하고 나면 그 뒤엔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이 건설자본을 축으로 한, 제어되지 않는 자본의 팽창이- 19세기 후반 유럽자본이 작동하던 방식이 그랬고 ,지금 한국 자본주의 과정이 딱 그런데-결국 또 다른 패권주의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끝은 긴장과 위협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결론을 생략하면서-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좀 길게 소개한 것은 전반부 제 2장까지이다. 제3장과 제4장은, 결국 한 ? 중 ? 일 세 나라의 패권이 부딪치면서 나타날 전쟁과, 그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평화’에 관한 것이다. 다 소개하기에는 좀 길기도 하려니와 능력도 부쳐서,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거나 곧 들이닥칠 상황 중심으로 써보았다.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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