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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 오바마를 선택한 미국의 힘


홍승희(평화여성회 웹진 편집장) )

전 세계는 미국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순간에 열광했다. 자국 대통령도 아닌 버락 오바마의 당선 사실을 알기 위해 각국 언론들도 유례없는 취재인력을 미국에 파견하고 흥분된 취재경쟁을 벌였다.

어찌 보면 참으로 별스럽다 싶을 정도의 넘치는 관심이었다. 이토록 전 세계가 지대한 관심을 쏟아 부은 데는 단순히 세계 최강국 지도자여서도 아니고 그가 가진 철학이 특별하다거나 하는 점만이 다가 아니었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 흑인 노예들의 피를 딛고 성공신화를 일궈가던 백인들의 나라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모습이 자못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전 세계의 놀라움과 달리 정작 미국인들의 관심은 인종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이미 인종의 벽을 넘어서서 ‘변화’를 외치는 젊은 지도자를 선택했다. 미국인들의 관심사는 흑과 백이 아니라 침체기로 접어든 경제문제에 쏠려 있었다. 오직 경제회생의 책임을 다해줄 인물,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갈 인물로서 케냐인 유학생과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버락 오바마를 그들의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인들은 그런 미국인들의 선택조차도 놀랍게 바라봤다. 물론 미국내 흑인들의 감격의 눈물이 TV를 통해 중계될 때 미국 밖에서는 여전히 오바마 대통령의 탄생을 피부색과 연결 지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인종 문제에 대한 세계인의 시선은 여전히 민권법 이전으로 굳어져 있는 데 반해 미국인들은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미국이 이미 인종의 벽을 온전히 넘었음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미국인들의 이런 태도는 1964년 마련돼 한 세대 이상 지나며 미국인들의 의식을 온전히 바꾼 민권법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미 미국인들에게 인종차별은 수치스러운 위법행위라는 인식이 공고히 자리 잡았다고 미국 영화들이 장면 장면에서 강조해 보여줄 때도 실상 미덥진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미 대선 과정은 일단 민권법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에게 인종갈등의 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줬다. 다민족 다인종 국가인 미국인들 앞에서 오바마 역시 자신의 피부색에 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로 내내 한 사람의 미국인으로서 전체 미국인의 대통령을 강조했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다시 보니 그야말로 케냐인 생부, 백인 어머니와 할아버지, 하와이언 할머니, 인도네시아인 양부 등 다인종 가족 속에서 전형적인 다인종 문화를 체험하며 자란 현대 미국 사회의 상징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미국인들은 그들 국가에 꼭 어울리는 대통령을 뽑았다.

이제 새로이 다인종, 다문화 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은 이래저래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변화’를 외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가 잃은 것들도 다시 돌이켜 보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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