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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200812:요즘 내가 본 영화

2010.03.26 13:45

평화여성회 조회 수:1950



요즘 내가 본 영화


- 김정아 (영상리서처)


저에게 후배들이 아이 엄마가 되면 달라지는 것에 대해 물을 때 흔히 예를 든 것 중 하나가 '영화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직장 일 때문에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시는데 차마 영화를 보러가겠다고 아이를 맡기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릴 적 5년여를 극장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남편과 나누어 가면 볼 수도 있었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턴가 전 저에게 주는 상으로 영화보기를 시작했습니다. 회사일이 조금은 자유로워서 아침에 한편을 보고 출근하거나,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는 오후에 일찍 나와서 광화문이나 대학로까지 찾아가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업주부로 있는 요즘은 잘하는 일이 없어도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기꺼이 상을 만들어서 시상을 합니다. 항상 사람들 사이에서 시끌벅적하게 지내는 저인지라 혼자서 즐기는 극장 나들이는 저에게는 ‘평화로운 쉼’ 이기도 해서, 카페의 커피한잔 가격보다 싼 조조영화로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곤 합니다. 물론 저희 집에서 마을버스로 몇 정거장만 가면 CGV 가 있고, 20분이면 아트레온, 메가박스 등이 있으며, 다큐영화나 예술, 인디영화를 상영하는 홍대 앞 상상마당,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가 있는 등 훌쩍 나가면 쉽게 갈 수 있는 지역적인 이점도 있습니다.

근래에 제가 본 영화 몇 편을 소개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본 ‘로큰롤인생’입니다. 미국 노스햄튼의 로큰롤 밴드 ‘영앤드하트(YOUNG&HEART)’ 의 공연실황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영화입니다. 놀라운 것은 흥겹고 빠른 템포의 로큰롤을 부르는 단원들의 평균 나이가 81세라는 것입니다. 73세부터 93세까지의 노인들이 단원이라서, 단장이 50대인데 아주 젊고 어려보입니다. 어떤 이는 항암치료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연습에 빠지지않고, 어떤 이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노래합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단원이 병으로 죽지만 그들의 연습은 계속됩니다. 인터뷰에서 그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 그가 떠난 것은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도 우리가 계속 공연을 할 것을 원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고, 교도소나 공연장에서 청바지차림으로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그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숙연해지기도하고, 그들의 열정에 끝없는 박수로 사랑과 존경을 표합니다. 마지막 공연을 볼 때는 저도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나이 때문에 무언가를 주저하는 분이 계시다면 강추하고 싶습니다. 대학교정의 신선함도 느끼시고 영화의 감동도 담아오세요. 이대 안 아트하우스 모모와 광화문 씨네아트에서 상영하고 있습니다.

다음 영화는 유복님선생님이 보여주신 ‘바디오브 라이즈’입니다. 한반도센타팀이 함께 참석한 평화네트워크 주최의 심포지움이 끝난 후, 유복님선생님과 함께 한 데이트였습니다. 심포지움 주제도 미 대선이후의 남북관계였고, 시간도 맞고해서 선택한 영화입니다. 미국 CIA 요원들의 중동에서의 활약(?)을 담은 영화로 미국이 참 무섭고 놀라운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는 영화였습니다. 인공위성으로 땅위의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조종실에서 단추하나로 장악하고, 미국과 중동을 지방출장 다니듯 훌쩍 넘나들며 자기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는 배신을 가볍게 해치우는 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유선생님과 함께 한 첫 데이트였는데 감동보다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다음에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를 선생님께 선사해야겠습니다.

이외에도 조조영화였음에도 돈이 아까웠던 ‘미인도’, 6개월을 그만하겠다고 버티던 아들이 피아노를 다시 쳐보겠다고 만든 ‘피아노의 숲’, 영화의 완성도는 많이 떨어졌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눈먼자들의 도시’, 배우를 보고 보러갔건만 역시 나를 다시 배반한 김기덕 감독의 ‘비몽’, 아이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부모들의 욕심을 반성하게 하는 ‘소리아이’, 문소리라는 배우가 보고 싶어서 봤던 ‘사과’, 끝 장면이 아쉽다며 계속 재구성하는 남편을 말렸던 ‘모던보이’ 등등이 기억납니다.

이제 장갑이 따뜻해보이는 날입니다. 가정주부시라면 집에서 움츠리지말고, 직장을 다니신다면 일 때문에 너무 힘들때 좋은 사람과 함께, 아님 혼자서라도 가까운 영화관에서 편안하게 쉬고 나오는 것도 ‘평화로운 쉼’이 될 수 있습니다. 슬픈 영화를 보며 실컷 울고, 즐거운 영화를 보며 신나하고, 너무 피곤하면 영화를 보며 잠깐 잠들어도 좋습니다. 지금 영화관에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영화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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