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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 달리는 여성통일학교 체험기



만효(정효민 - 평화여성회 갈등해결센터회원)

상쾌한 가을 내음이 살랑 불어오는 아침, 통일교육원으로 향했다. 서울 도심과는 사뭇 다른 수유리의 공기는 가을을 알리듯 산뜻했다. 조금 늦게 도착한 곳에선 이미 여성통일학교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2008년, 통일 감수성 기르기

오전 강의는 북한의 변화에 따른 ‘여성’의 역할과 남북관계의 현안을 짚어내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강의의 요점은 7.1 경제 조치 이후로 -많은 부분이 ‘자본주의화’ 되었다는 것이 핵심- 생활과 의식 모두가 변화했다는 지점이었다. 내가 집중해서 파악했던 것은 ‘여성’의 역할이었는데, 여전한 ‘남존여비’ 때문에 억압의 지점들이 있으나 혼인율이 저조하고 독신여성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지적은 흥미로웠다. 실제로 북한에서도 여성의 ‘저출산’ 이 사회문제였는데도 나는 이것을 ‘아이를 놓지 않는’ 여성들의 일종의 ‘파업’으로 느꼈다. 저출산율 과 이혼율이 높아져 북한 사회의 ‘꽃제비’ 문제와 같은 특수성을 엿볼수 있지만, 북한의 여성들 또한 남성적인 사회구조 하에 놓여져있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 무게를 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심각한 식량난 때문에 실제로 ‘장사’를 통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여성들이 늘어간다는 지적은 현재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에서 ‘가족’ 공동체를 책임지는 여성의 모습과 꼭 닮아있었다. 생계유지를 위한 ‘성매매’조차 암묵적으로 동정되는 것은 비단 북한 뿐만이 아닌 세계화에서 배제된 여러 나라의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강의를 듣는 동안 나는 북한의 ‘젊은 세대’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가진 세대의 담론들과 공감을 형성해나가는 것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 느낀 것은, 동시에 서로의 이질감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했다. ‘북한 여성’이라는 말이 ‘10대 여성’(청소녀), ‘장애 여성’처럼 또다른 사회적 함의를 가지는 수식어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욱 평화를 위한 여성들의 교류의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당연한 교훈도 얻었다.

2008년, 공동경비구역 JSA

점심을 먹고 평여회 선생님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판문점 기행길에 올랐다. 가을날의 자유로를 달리는 기분은 즐거웠고, 도착한 판문점은 2008년의 분단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도착과 동시에 복장과 마음가짐을 ‘점검’ 받아야했고, 잘 훈련받은 내 ‘또래’의 훤칠한 군인은 JSA에 관한 안보 교육과 ‘각잡힌’ 안내를 해주었다. 비무장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대성리 마을은 인상적이었다. 여느 평화로운 시골 마을과 다름없는 그곳이 불과 2km를 사이에 두고 북한의 마을과 두 국가의 최북단과 최남단 위치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전쟁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은 세대라 할지라도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최근 일어난 몇몇의 사건들로 더욱 ‘안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공간에서는 나는 남한의 ‘선택받은’ ‘방문객’으로 두줄을 서서 움직이고, 정해진 곳에서만 사진을 찍었다. 북한의 공격을 도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손짓을 마음껏 할 수 없었고, 철저한 통제를 따라야만 했다. 그저 ‘엄숙했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내 몸과 마음은 사실 경직되고 긴장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했다. ‘여러분들의 안보’를 위하는 이 통제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 슬펐다. 이 곳을 방문했던 우리도, 수많은 방문객을 안내하는 ‘각잡힌’군인들도, 그리고 저쪽 초소에서 우리를 바라봐야할 내 또래의 북한군도 마찬가지일테지. 우리에게 ‘돌아올 수 없는 다리’의 아픈 역사가 있다면, 우리는 그 다리를 마음껏 건널 날에 대한 상상력을 가져야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감수성을 깨우고 ‘나의 세대’가 주체가 되어 즐거이 행동해야겠다는 무한한 상상을 하는 기회를 가졌다.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노을지는 하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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