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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희망과 위로가 필요한 사회


홍승희(평화여성회 웹진 편집장)

일전 알려진 연예인 한사람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뉴스에서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의 실체를 다시 파헤쳤다. 하루 자살자 33명, 2007년 사망원인 중 4위가 자살, 2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끔찍한 통계였다.

왜 자살률이 높아지는지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모아져 전달된다. 대강의 예상 가능한 처방들도 내려진다. 개인적 위로의 필요를 말하는 이도 있고 상대적 박탈감의 해소를 제안하는 이도 있다.

분명 자살자들은 자살을 결행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의 위로를 간절히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이 바쁜 가족·친구들은 그런 몸짓을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을 테고 뒤늦게 가슴만 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자살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시기는 IMF 사태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중소기업 사장들 중엔 높은 금융기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 쓰는 일이 흔하다. 그러다 금융위기 상황이 닥치면 그 부채를 감당치 못하고 주저앉게 된다.

주변에서 보면 고금리 사채까지 써야했던 중소기업 사장들은 대개 가족 친지들의 집이든 뭐든 가능한 모든 자산을 담보로 잡힌 채 막바지까지 몰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가 망하면 자신의 가족들이 길거리로 나앉는 것은 물론 친인척들까지 빚더미 위에 올리는 끔찍한 상황이 된다. 이쯤 되면 종업원 급여도 몇 달씩 밀려있기 일쑤다. 옴치고 뛸 공간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더 이상 누구에게 손 뻗어 볼 엄두도 못 내고 최후의 선택을 한다. 실상 선택이란 표현이 어울리지도 않는 형편이다.

IMF 사태가 터진지 11년, 빠르게 구제금융 체제로부터 벗어나기는 했으나 그 빠른 회복의 과정은 우리 사회 빈부격차를 더 벌려놓는 체질악화의 길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암수술을 받은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으며 더욱 허약해진 체질로 연명해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기업들은 IMF로부터 더욱 가혹한 효율화, 능률화의 지식을 전수받았고 취업자의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그 결과 국가사회는 성장을 해도 취업기회조차 못 얻는 이들은 늘어만 간다.

간신히 온 집안의 총력을 기울여 대학 공부라도 시켜놓은 자식이 취업도 바라볼 수 없다면 약한 희망의 빛마저 사윈다. 취업도 못하는 당사자의 고통은 자괴감과 절망, 분노가 뒤엉키며 어디로 튈지 모를 불안정한 폭탄으로 변해간다. 이미 2%에게 우리 사회 재화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상태에서 바닥으로 내려갈수록 희망은 사라져 버린다. 이런 절망과 분노의 땅에 자꾸 불길을 던지려는 불온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것도 체제 수호를 지상과제처럼 여기는 정부가 그 주역이 되어.

잃어버린 10년의 회복을 내세우며 집권한 현 정부에겐 70·80년대가 잃어버린 낙원인 듯하다. 그래서 지금 모든 사회의 시계를 자꾸 그 때로 되돌리려 애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단체에 대한 압수수색, 친정부·반정부로 자의적으로 패를 갈라놓고 반정부로 몰린 이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기, 임기제 공기업 대표들을 무리수를 둬가며 친정부 인물들로 갈아치우기 등등. 모두가 독재정권 시절 멀미나게 봐왔던 풍경들이다.

그리고는 이것저것 짜깁기 한 표가 확연히 나는 환상적 청사진을 펼쳐 놓으며 희망을 갖자고 말한다. 장밋빛 청사진으로 대중을 홀리던 유신시절처럼. 선거철이면 나랏돈으로 정권 생색내기용 밀가루를 풀던 그 수법 그대로 지금 영세서민들을 향해 세금 환급금을 돌려준다는 선심을 뿌리고 있다. 거꾸로 가는 시계의 끝을 이렇게 손 놓고 지켜봐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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