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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 갈등해결센터와 함께한 시간


이 덕 경(갈등해결센터)


내게는 지금 재수생 아들이 있다.

아들이 고1이었을 무렵, 갈등해결센터 강사트레이닝 교육을 받으면서 직접적인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디딘 셈이다.

입시의 중요고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와 아들은 사사건건 대립하기 일쑤였다.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할 수 있는 뒷바라지를 한답시고 하나에서 열까지 챙겨주었는데 어느새 그 일들을 못하게 되니….

첫 전쟁은 아침에 깨우기부터다.

새벽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괜찮다는 아들의 말을 믿기도 하였고 게임을 그만두게 하지 못하는 무능한 엄마의 모습도 있었다.

조금만 더 자겠다고 할 때, 10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놓고 깨우다가 마지노 시간을 놓치고 깨웠을 때 돌아오는 비난은 그야말로 원색적이었다.

“이까짓 거도 못해주면서, 외고는 왜 보냈어? 이러다간 수능시험날도 지각 시키겠다”는 폭언에 이어, 참다못한 나는-과연 내가 제대로 참기는 했을지-

“네가 스스로 일어나겠다면서…
아침부터 이러면 뭐가 달라지냐? 해도 해도 너무한다” 고 소리를 지른다.

이런 날은 어김없이 현관문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어떤 날은 문짝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그런 날들이 일 년에 몇 번씩 반복되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센터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선교회의 생협 일을 파트로 2년 정도 하다가 전일로 맡게 되면서는 소위 말하는 고3 부모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얼마나 높았는지….

달라진 교육환경을 이야기하며 교육조건의 상대적 열세에 깊이 상처받고 신음하던 아들의 입장을 몰라주고, 옛날 내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도 있음’을 피력했던 내가 얼마나 먼 존재로 여겨졌을까….

결국은 고 3때의 짧은 가출로 서로에게 깊은 생채기를 냈던 것이긴 하지만….

재수를 하고 있는 지금,
아침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점은 아침부터 아들이 뭐라 소리를 지르든지 참을 수 있는 데까지 내가 참아보는 것이다. 택시비를 말없이 쥐어주고, 양말을 찾아주고.
그러다보면 낮에 문자가 더러 온다.
“엄마, 아침에 화내서 미안해.”


작년 수시 접수 때완 달리 올해는 내가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그리고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원서대금 걱정없이 지원할 수 있는 곳 다 넣는 것이고,
쉬는 날, 필요한 서류를 찾으러간달지, 우체국 심부름을 하는 것이라고 먼저 이야기했더니
그 다음은 척척 알아서 한다.

가끔 고3부모가 그것도 모르냐는 타박을 듣기는 하지만, 그걸 부정하면 화가 나지만, 인정하는 순간 화는 안 나게 된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란 말을 참 많이 하고,
그래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란 말을 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렇게 살기란 참으로 지난하고 힘들다.
다름에 대한 인정이란 것조차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살지 않았던 데 비하면 나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상처를 적게 주고 평화로움을 만들 수 있는 작은 길이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갈등해결센터의 활동회원임에 대한 자부심을 안고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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