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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200807:6월 장마에 대한 단상

2010.03.22 14:50

평화여성회 조회 수:2457



6월 장마 단상


- 최안진경(평화여성회 회원, 한반도평화센터 운영위원)


6월, 유월하면 무엇이 젤 먼저 생각나십니까? 40대 이상이라면 6.25 사변, 현충일, 6월민주항쟁이 등이 생각나실라나? 또 젊은 세대에겐 잊을 수 없는 피파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때이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유월하면 장마가 생각납니다. 어머니께서는 6월 초순이면 오이지를 한접씩 담그셨습니다. 유월 중순경 장마가 시작되면 야채금이 턱없이 올라가기 때문이지요. 하늘이 뚫린 듯 몇일씩 계속 쑫아져 내린 물은 학교앞의 개천에 걸린 다리까지 넘실거려 매년 장마철이면 초등학교를 며칠씩 쉬었더랬지요. 불어난 개천물에 돼지가 떠내려 왔네, 사람이 떠내려 왔네 하는 소문도 들려 왔습니다. 실제로 그런 텔레비전 뉴스가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헐 수 없이 출퇴근하시는 부모님 외에 저와 동생들은 집에서 찬밥에 물말아서 오이지를 먹으며 지루한 장마철을 지내야 했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시 ‘장마’가 쓰였던 70년대처럼, 당시의 제 삶도 퀴퀴한 콤팡이 냄새로 얼룩졌을 것이나, 단지 제 자신이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경찰의 박종철군 고문치사로 촉발된 민주항쟁으로 대통령직선제를 되찾았던 1987년 6월, 저는 평범한 주부로 큰아이의 첫돌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좀더 께끗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한국여성민우회 생협에 가입했습니다. 민우회 서대문지부 회원들과 프로그램을 짜서 아이들을 함께 길렀습니다. 정대협 수요시위에도 데리고 다녔습니다. 제 몸에서 어느 정도 곰팡이 냄새가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중학생이 된 아이는 3.8 여성대회 디딤돌 수상식에 꽃돌이로 자원봉사했습니다. 그 아이가 2002년 월드컵 응원하던 곳에서, 2008년 전의경으로서 촛불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6월 8일 "뿔난 여성들의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시청앞 광장에 도착하자 모두들 도시락과 음료수를 꺼내서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늦게까지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려면 그래야 했겠지만, 저는 도저히 거기 앉아서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1인시위중인 조영희 대표님을 만나러 간다는 핑계로 일찍 일어났습니다. 조영희 대표님을 만나보고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촛불울 켰습니다. 제 마음속에 촛불도 켰습니다.

올해 장마는 마른 장마라고 합니다. 혹시 경찰의 물대포가 이미 너무 많이 물울 써버려서는 그런 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장마가 지나가면 끈적끈적하고 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그렇게 더워야 농작물이 마지막 피치를 올려서 쑥쑥 자랄 것입니다. 풍년이 되는가는 추석전 태풍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몇 년전 태풍 ‘매미‘에 당했던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태풍의 발생빈도와 강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연에 반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은 자연으로부터 반격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광우병 또한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죄악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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