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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200808:아들의 오토바이

2010.03.22 15:51

평화여성회 조회 수:1699



“아들의 오토바이”


- 여혜숙(갈등해결 청소년교육팀장)


6년 전 1기 ‘갈등해결과 평화’ 강사트레이닝을 받을 때 양파분석을 배우면서 크게 감동하였고, 그때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과의 갈등을 머릿속에 양파를 그려가며 풀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아들과의 갈등을 풀었다기 보다 내가 아들의 행동에 대해 '그럴 수 있겠구나' 하며 아들을 이해하고 내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 아이가 올해로 대학 2학년이 되었는데, 올해 초 아이와 새로운 갈등이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을 가면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고 했고, 스쿠터라도 사겠다고 노래를 불러왔다. 그럴 때마다 "그래, 대학에나 들어가고 얘기하자"고 하면서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생각했다.

입학하고 1년을 아무소리 없이 지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냈다. 그러나 겨울방학이 되자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의 돈이 자기 것이니 자신이 관리하겠다고 했다. 태어난 기념으로 농협에서 천원을 넣은 통장을 만들어 주어서 그동안 세배 돈과 생기는 돈을 모으고 그것을 다시 복리적금을 들고 해서 큰 목적 없이 모아온 것이다. ‘자신의 돈이니 자신이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내 주었다. 펀드를 해 볼까? 어디에 투자를 해 볼까?하며 궁리를 하더니 어느 날 그 돈으로 오토바이를 사겠다는 거다.

가슴이 철렁했다. 어떻게든 사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직접 부딪히는 것은 싫어서 남편이 좀더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포기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토바이 얘기가 나오면 딸아이까지 좋겠다며 자기도 대학가면 타고 다니고 싶다고 하고 그것이 어떠냐며 거들고, 남편은 오히려 나한테 슬쩍 넘기려고 하였다. 그러고는 한 달 정도가 지났다.

겨울이고 미끄러우니 그냥 포기하나 보다 하며 지나던 어느 날, 늦은 밤에 집에 들어가니 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중고 오토바이를 봐 놓았고 그 사람이 외국에 가느라 팔려고 하니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사는 데 동의해 달라고 하였다. 지금 시간도 늦고 피곤하니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러자 아들이 꼭 마음에 드는 것이어서 이것을 놓치고 싶지 않고 왜 반대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달라고 한다. 슬며시 화도 나고 가슴이 뜨끔하기도 했다. 엄마 말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또 어려운 결정을 하게 하는 것에 화도 나고, ‘그래 내가 왜 오토바이 사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지? 충분히 생각해 보지도 않았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후에 40여분을 이야기 한 것 같다. 기억나는 대로 정리하면,

- 나 : 난 네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 불안해서 힘들 것 같다.

- 아 들 : 오토바이가 작아서 속도도 많이 나지 않고, 살살 다닐 것이다. 불안한 것으로 치자면 걸어 다니다가도 다칠 수 있고 차를 타고 다니다가도 사 고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해서 다니면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

- 나 : 난 네가 부모가 뒷바라지 해 준다고 어려움도 모르고, 돈도 절약하지 않 고 옆도 돌아보지 않고 살아가거나 친구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동 을 할 까봐서 염려 된다.

- 아들 : 엄마, 아빠가 그 이야기를 엄청 많이 해서 나도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오히려 대학 와서는 옷도 안 사고 사도 싼 것으로 꼭 필요한 것으로 사고 있다. 그리고 이 오토바이는 1년 정도 타다가 팔면 거 의 산 가격에 팔 수 있어서 그렇게 낭비하는 것도 아니다.

- 나 : 지금 겨울이어서 춥고, 오토바이를 타면 더 추울 텐데 사더라도 봄에 사 면 좋겠다. 네가 작업하느라 밤을 새고 올 때도 있고, 밤늦게 술을 먹고 올 때도 있는데 차라리 택시를 타고 오면 택시비를 주겠다.

- 아들 : 겨울방학에 운동도 다니려고 하고, 과외를 하러 다닐 때도 차편이 불 편 해서 시간도 낭비가 되고 오토바이는 기름값이 적게 들기 때문에 경제 적이다. 음주운전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고 옷을 따뜻하게 입으면 되므 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야기를 해 가면서 아들이 이젠 정말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되었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엄마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들었고 적절하게 답을 해 나갔다. 오히려 아이가 열린질문을 통해서 대화를 이끌어 갔다. 불안감, 걱정은 나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고 아이는 자기 나름의 필요에 의해서 오토바이를 사려는 것이고 오랫동안 계획도 세우고 오토바이를 봐 온 것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도 괜찮겠네’란 생각이 들었고 ‘헬멧을 꼭 쓰기, 음주운전 안하기’를 약속하고 오토바이를 사기로 했다.

오토바이가 참 예쁘다. 겁이 많은 나는 오토바이 타는 것이 싫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아들은 참 멋지다. 나도 불안감을 없애니 편안해 졌고, 가끔 늦은 밤에 불안하면 기도를 한다.

얼마 전 학교에 세워 놨는데 헬멧을 잃어버렸단다. 헬멧을 두 개 샀었는데, 좋은 헬멧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까워서 “이~ 잘 보관하지..”라고 말하고는 본인은 얼마나 더 속상할 까 싶어서 그만했다. 며칠 전 여자친구를 태워다 주면서 헬멧을 여자친구 씌워 주고 가다가 걸렸다면서 2만원짜리 과태료고지서를 가져왔다. 그것도 자신의 일이니 “쯧쯧, 운도 없네”하고 넘어 갔다.

여름이 되니 비가 오면 타기가 힘드니 이제 그만 탈까 생각중이란다. 나는 오토바이를 팔면 차를 빌려달라고 할까봐 “그냥 좀 더 타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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