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에 계신 아버지는 오늘도 논에 나가셨습니다. 이 자식 저 자식 대학진학에 결혼자금에 전세자금까지, 그동안 논이며 밭이며 다 팔고 얼마 남지 않은 꼬투리 논이 전부입니다. 잠이 안 오신다며 아침 일찍 논에 가신 아버지는 식사 때인데도 오지 않으셨습니다. 한 끼 놓치시기라도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아시던 아버지께서 아침밥 때가 지나고 점심밥 때가 지나도록 오지 않으셨습니다. 이제나 오실까, 저제나 오실까 싶어 기다렸더니 점심상을 무를 때쯤 헛기침 한번 크게 하시며 들어오셨습니다. 입맛이 없어 통 먹고 싶은 게 없으시다는 아버지는 밥을 찬물에 말아 몇 수저 뜨시는 게 다였습니다. 이번 한가위에는 아버지와 함께 밤새도록 그동안 하지 못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아침 식사도 않고 어딜 다녀오셨었나요? 아버지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