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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건국절이라고?


-홍승희(평화여성회 웹진 편집장)

올해를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라 해서 대대적인 행사를 벌인다고 법석이다. 나아가 ‘광복절을 건국절로 이름표를 바꾸자’고도 한다. 참 대단한 역사의식이고 외교 감각이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는 각종 외교 분쟁들은 실상 그럼직한 건이 되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건건찝찔한 꼬투리라도 찾았나 싶으면 우리 영토다, 돌려달라고 저마다 우기고 나서는 형국이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이 각각 시비를 걸고 나서는 쪽이라면 우리는 그저 맥 놓고 내 몸뚱이 다 뜯어먹으라고 내주는 인신공양을 하고 있는 꼴이다.

우선 중국은 소위 동북공정이란 것을 통해 한민족사를 침탈하면서 대중들 사이에 현재의 북한 땅까지 자신들의 역사적 연고임을 주장하는 지도들을 유포시키고 있다. 단순히 만주땅에 대한 우리의 연고권 주장을 막잔다거나 동북3성 조선족들의 국적이탈 우려를 막고 국론분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거나 하는 과거형도 현재형도 아니라 다분히 미래지향형 논리 개발이다. 국가 차원의 지원을 쏟아 부으면서도 이걸 단순히 학술적 연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만주지역 유물들에 대한 한국 학자들의 접근을 거의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지금 우리에겐 독도를 상시적 시빗거리로 걸어두고 국제사회를 향해 맹렬한 로비활동을 국가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다. 러시아와는 북해도와 사할린 사이에 흩어져 있는 북방도서들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돌려달라고 때마다 잊지 않고 요구한다. 중국과는 남사군도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일으켰다.

때만 되면 한 번씩 기억을 환기시키듯 문제를 일으키고 나선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인들에게 그 각각의 곳이 분쟁지역임을 각인시킨다. 그리고는 세계의 각종 정보 채널마다 분쟁지역으로 기록에 남도록 맹렬히 작업하고 틈만 보이면 근거가 있건 없건 자신들의 영토로 표기하게 유도한다. ‘그랬다 통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하는 식이다.

아직은 이게 외교 전술적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세계의 분위기가 일변하는 순간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순식간에 평화를 깨트릴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걸 염두에 두고 계속 주변국들에게 시빗거리 하나쯤은 걸어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우리의 역사를 모두 툭툭 쳐내고 1948년부터만 우리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나선다. 그러니 한민족의 통일 문제가 인식 밖에 있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집권하자마자 남북관계를 냉랭하게 만든 배경에는 바로 그런 몰 역사성과 비외교적 태도들이 복합돼 자리 잡고 있다.

역사 멀리까지 가기도 전에 일제하 독립운동의 역사도 다 사라지고 그야말로 일제의 만행도 다 유야무야시키는 기가 막힌 발상이 아닌가. 건국 60년 된 국가에 그 이전의 피해 사실을 고발할 여지도 없지 않은가. 저절로 일제는 용서받고 우리는 뿌리도 없는 신생국 국민이 되고 마는 일이다. 그리고 미래의 후손들은 우리가 꾸는 통일의 꿈도 모른 채 남한 땅에서 1948년 건국한 신생 소국 국민으로만 사회적 정체성을 갖고 살지도 모른다.

진보학자들 가운데는 ‘국가’니 ‘민족’이니 하는 것들은 근대 이후의 이데올로기라며 그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주변국들의 역사 및 영토 문제를 건 시비에 ‘난 아무 것도 몰라요’라고 우리가 미리 두 손 들고 나가는 건 올바른 관점, 제대로 된 행동이라 할 수 있을까. 요즘 광고 중엔 집에 든 도둑에게 다 가져가라고 무언 어디 있다는 둥 미리 가르쳐주는 집주인이 등장하는 게 있다. 지금 우리 꼴과 참 닮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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