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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2008동북아여성평화회의 참관기


홍승희(평화여성회 웹진편집장)

공 동 선 언 문


“우리 여성들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세계의 비폭력 문화에 기여하고자 모였습니다. 이 회의는 6자회담 당사국의 여성들이 모일 예정이었으나 북측 참가자들이 참석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향후 모임에는 북측이 참석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비군사적 외교 노력을 통해 6자회담이 한반도 핵 위기 해결을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딛은 것을 환영합니다. 반면, 2007년 2월 15일 합의의 완전한 이행이 지연되고 있으며, 6자회담 당사국 간의 다양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음을 우려합니다. 각국에서 모인 우리 여성들은, 최근 동북아에서 군사주의가 확대되고 군사비가 증가하는 상황을 우려하며, 6자회담의 지속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회담의 협상과정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주목합니다. 2000년 유엔안보리 1325 결의안은 이미 ‘갈등의 예방과 해결 그리고 평화건설 과정에서 여성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인을 초월하여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의 이해, 가치, 요구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여성주의적 관점은 평화실현의 과정에 인간안보를 통합시키는 데 기여할 것임을 확신합니다. 여성이 6자회담에 시민으로서, 민간단체로서, 그리고 정부기구의 일원으로서 활발히 참여할 때,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협력을 위한 항구적인 발판을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이에 우리는 모든 6자회담 당사국 정부가 한반도의 화해와 동북아시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그동안의 결의를 실천해 줄 것을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유엔 안보리 1325 결의안을 즉각 이행하라. 2) 6자회담 협상의 결과를 존중하라. 3) 동북아시아의 진정한 화해를 위해 노력하라. 4) 북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조속히 시행하라. 동북아시아의 갈등과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 선 역사적인 오늘,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증진을 위한 상시적인 여성네트워크의 구축과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연대할 것을 선언한다.

2008년 9월 3일
2008 동북아 여성평화회의 참가자 일동
남북의 경계선인 도라산 역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참가국 여성들이 동북아 평화를 진전시키는 과정에 여성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공동의 인식을 갖고 모인 2008 동북아여성평화회의의 성과물로 내놓은 폐막식 공동선언문이다.

2007년 초부터 추진된 이번 여성평화회의는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든 2008년 9월 서울에서 명실상부한 국제회의로 무사히 치러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잖은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될 만하다.

2008년9월1~3일 사흘간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이 국제회의에는 비록 6자회담 당사국의 하나인 북측이 남북간 국면이 경색된 가운데 불참, 아쉬움을 남겼으나 다른 참가국 여성대표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또 회의 마지막 날 외국인 참가자들과 대회 주최자 등 40여명이 개성 관광에 나섬으로써 이 회의의 진정한 목적을 되새기는 기회를 삼았다. 금강산, 개성과 더불어 또 다른 남북화해의 상징물로 군사분계선 안에 2007년 건설, 개통된 도라산 역에서 참가국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함께 폐막 퍼포먼스를 펼침으로써 갈등을 넘을 새로운 화해의 기운을 서로서로 북돋웠다.



사흘간의 공식일정 중에서도 특히 회의의 핵심을 이룬 주제 발표 및 토론은 2일 오전, 오후로 나눠 하루 종일 진행됐다. 오전 1부는 “여성, 동북아 평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6자회담 당사국 참가단 대표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중국의 첸 홍, 일본의 시미즈 스미코, 러시아의 레베데바 니나 보리소브나, 미국의 카린 리, 한국의 남윤인순 순서로 진행됐다. 그러나 간절히 참석하길 원했다는 러시아의 보리소브나는 모스크바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직전 병원으로 실려가는 질병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고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 근무하는 빅토리아 피로첸코가 대신 참석해 원고를 대독,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외국인 참가자 중에는 6자회담 당사국 여성은 아니지만 전세계 분쟁지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분쟁지역에서의 여성 인권 문제들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일에 헌신하는 현 WILPF 회장 커스틴 그리벡이 참석했다. 장기 분쟁지역으로서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여성연대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조연설을 했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당초 여성6자회의라는 이름을 걸고 평화여성회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프로젝트로 제안했던 사업이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사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차츰 규모가 커져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구성,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공동주최토록 하고 평화여성회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 여성위원회, 한국여성단체연합과 공동 주관단체로서 실무를 담당하는 구성으로 바뀐 것이다.

사업이 커져가며 아름다운재단, 아시아재단,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여성재단, GPPAC 등이 후원단체로 참여하게 되어 명실상부한 국제회의로 성황을 이루게 됐다.

순수 민간차원에서 국제회의를 처음 조직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추진을 위해 2007년 7월에는 한국여성평화방문단을 구성하고 미국·일본·중국·러시아 4개국을 방문, 설득에 나섰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 동북아평화, 각국 관계정상화를 위한 화해·협력·평화형성자로서의 여성의 역할 등을 강조하고 남북여성교류 지지와 연대를 요청하며 동북아여성평화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이다.

정현백, 심영희, 김정수, 정경란 등 평화여성회 관계자들은 물론 여성단체연합를 비롯한 다른 여성단체 관계자들,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이미경, 이경숙 등 참으로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각국으로 분주한 발걸음을 하며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여성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설득해낸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국내 정치적 상황이 변하면서 프로젝트 비용을 지불해야 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는 전언을 들어야 했다. 북측의 참여를 꾸준히 권유했으나 끝내 북측의 참여가 무산돼 당초 금강산에서 회의를 개최하려던 계획도 변경됐다. 그 같은 결정 이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발생하며 금강산 관광 자체가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져 원치 않았던 장소 변경이 행사를 무사히 치르는 데 도움이 된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회의는 성사됐고 해외로부터도 참가하겠다는 응답이 줄줄이 들어옴으로써 국제회의의 면모도 갖추어져 갔다. 그 때부터 평화여성회 실무자들의 과로가 잇따랐다. 막판에는 아예 몇날며칠 귀가도 못한 채 꼬박 밤새워 계획을 짜고 실무적인 치다꺼리를 다 해내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행사 마지막 순간까지도 실무자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다. 해외에서 회의 참가를 위해 방한했던 이들이 공항을 벗어나는 순간까지 그들의 일정을 돌봐줘야 하는 국제행사의 고단함이 마지막으로 갈수록 실무자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공식적인 행사의 폐막으로 일이 끝나는 게 아닌 실무자들이었지만 그런 힘든 일 더미 속에서도 그들의 얼굴은 열정에 들뜬 흥분과 성공적인 행사를 치른데 따른 기쁨의 빛이 함께 배어나왔다. 그만큼 일을 사랑하는 운동가들의 내면의 빛이 아름다웠다.

이번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전 세계 평화 문제를 남성들만의 국제정치로 풀어가는 게 당연한 줄로만 여기는 세계를 향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여성운동에도 커다란 진전을 이룬 의미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여성단체가 여성들의 개인적 권익만을 위해 일하는 줄 알았던 중국은 이번 회의가 조직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평화문제에 대한 여성 역할에 눈을 뜨고 관련 단체를 조직하는 저력을 보였다. 아직 민간단체의 역사가 짧아 정부와 민간 부분의 입장에 구분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듯 보이는 중국에서 여성들이 국제적 이슈에 관심을 갖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일본의 여성평화운동은 한국에 비해 매우 구체적인 일상적 평화이슈를 발굴, 집요하리만치 파고드는 장점을 지녔다. 반면 문제의 근본, 중심축을 향한 직접적 돌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일본 여성들도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동북아 평화문제를 다루는 국제사회의 여성배제 문화를 직접 거론하며 여성주의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이 문제의 특수성, 정치적 당위에 지나치게 매몰되기 쉬운 우리 또한 국제회의를 통해 함정에 빠지지 않고 보편적 시각 위에 우리의 운동을 재정립하는 계기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의 결실은 풍성하다.

여성운동의 대표적 미덕으로 여성끼리 나누는 자매애를 들 수 있다. 이번 평화회의에서도 그 같은 자매애가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여성부가 정부 내 입장 때문인지 개막 만찬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전부터 발 벗고 뛰었던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개인적으로 개막 만찬을 마련해줬다. 뿐만 아니라 원불교 서울지부장인 이선종 교무는 분위기 좋은 만찬 장소로 원불교 수련시설인 은덕교육원을 제공했고 다른 여러 여성 교무들이 정갈한 만찬 음식들을 직접 요리해 내놓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 뿐만은 아니다.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도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이나 평화여성회의 숨은 일꾼이기도 한 이낙호 선생 등 연로한 선배 운동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며 잘 눈에 띄지 않는 뒷일을 소리 없이 거드는 모습은 여성운동이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국내 정치적 기류의 변화와 더불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순수한 민간의 힘만으로 이만한 국제행사를 치러내도록 앞장서서 끌고 간 우리 여성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사흘간이었다. 그 깃발 뒤에서 묵묵히 모든 실무를 치다꺼리한 평화여성회 실무자들에게는 박수보다 더 큰 포옹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국제회의여서라기보다는 주최단체 둘, 주관단체 셋, 후원단체 다섯이라는 많은 관계 덕분인지 축사도 차고 넘쳤다. 1일 저녁 만찬 환영사는 주최자인 이미경 의원, 만찬 축사는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백낙청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전 통일부 장관인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이 차례로 했고 이어서 각 참가국 대표들이 돌아가며 건배사를 했다. 2일 회의 개회사는 이선종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추진위원장, 축사1 변도윤 여성부 장관(대독), 축사2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축사3 그리벡 WILPF 대표 외에 축하메시지가 이어졌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때 여성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에 대해 모두가 기뻐하고 축하하자는 의미였겠다. 국가간 관계에 냉기가 흐를수록 더욱 더 민간교류가 활발해져야 미래가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를 통해 여성들이 남북의 미래에 희망의 불씨를 쥐게 됐다는 점은 자축해도 충분한 공이다.

그리고 끝으로 여성부 장관 축사를 국무회의 참석하느라 불참하게 된 변도윤 장관을 대신해 대독한 이인식 여성부 차관이 행사 끝나고 나가면서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에게 한 인사말을 기억하며 전하고자 한다. 내년부터는 여성부가 나서서 행사를 치렀으면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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