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지난 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쇠고기협상 이 타결된 후 한우사육 농가대책을 놓고 논란이 빚어질 줄 알았다”고 말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간의 미국산 쇠고기 논란을 대체 제대로 관심 갖고 보기나 했나 싶어 참으로 허망한 기분마저 든다. 참여정부에서 내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수입 허용 여부를 놓고 장기간 줄다리기를 했고 끝내 수입을 허용하고 나서도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과정은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보인다. 그래도 될 일이 아닌데 혹여 참여정부에서 한 일이니까 없었던 일로 해도 된다거나 무시해야 할 것처럼 여겨 그러는 거라면 참 할 말이 없다.
현 정부 들어선지 2개월여 만에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려버린 일이 어디 쇠고기 협상뿐인가. 간신히 평화 분위기를 조성했던 남북관계는 냉각되어 가고 있다. 아직 결빙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방치한다면 장담할 수 없다.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이 끼어들 여지를 아예 줄였다. 미국의 일방적 결정에 매달리던 한반도 평화 문제를 남북 정상이 만나 민족문제로 풀고 국제적으로는 6자회담의 틀 속으로 끌어가 대한민국이 가까스로 동북아 외교의 지렛대를 잡았으나 이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대한민국을 다시 빈손 만들어 미국 뒷줄로 돌려세웠다.
포털 사이트에서 탄핵 서명이 벌어지며 주목을 받자 서명 주동자를 가려낸다고 검찰을 앞세워 법석을 떨더니 여의치 않자 불공정 문제를 내세워 해당 포털 사이트들을 조사한다고 엄포다. 불공정 문제야 그 전 엔들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하필 탄핵 서명에 본격 시동이 걸린 직후 조사한다고 나섰다. 단순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우연이라고 보기 어색하다.
고집은 세서 지지 세력들조차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물밑으로는 대운하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기 위해 밑그림 그리기를 포기하지 못하고 이쪽저쪽 찔러보듯 관련 사안들을 조작하기 여념이 없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간신히 벗어나기 시작한 복지 인프라도 여기저기 망치로 두들겨대고 다니는 중이다. 민영의료보험 논란도 그 틀에 들어 있다.
기업형 국가 경영을 내세워 집권한 정부이니 당장의 재벌 돈벌이에서 먼거리에 있는 사안들부터 정리한다고 나서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었다. 그러나 적어도 스스로 자부하듯 유능한 CEO라면 조직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시대적 후퇴를 감행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의 미래라면 지금의 대학생, 청소년 나아가 어린이들까지 두루 포함된다. 지금 그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팔아버리는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단체급식을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예민해진 학생들이 이젠 민영의보의 문제까지로 관심 폭을 넓히고 있다. 모두가 자신들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면서. 그런데도 또 전교조 때문이라는 구태의연한 소릴 태연히 한다. 요즘 아이들을 뭘로 보고.
어떤 CEO가 이런 미래로부터의 소리를 무시한단 말인가. 그간의 CEO 이미지 자체가 조작된 허상이라는 반증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이든 세대야 7년, 10년 있다 발병한다는 광우병에 걸려도 덜 억울하다. 청소년들은 지금 자신들의 생의 대부분을 건 싸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