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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2008 활력쾌담 ‘여성과 평화, 다시 묻다’ 스케치


- 레나(이화대 대학원 여성학과 석사 수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여성평화연구원과 여성사전시관이 공동주최했던 2008 활력쾌담이 지난 6월 2일 네 번째 세미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여러 참가자들과 함께 다양한 문제의식을 나누었던 이번 활력쾌담은 여성들의 시각으로 평화의 개념을 확장하기 위한 이론적 배경과 현실적 과제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활력쾌담뿐만 아니라 평화여성회의 10주년 기념행사를 조금이나마 도우면서 여성 스스로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 평화여성회 활동가들의 따뜻함을 알게 되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의 부재’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명제가 되었고, 따라서 구조적, 문화적, 물리적인 어떠한 폭력도 없는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적극적인 평화’의 개념이나 ‘국가안보’를 넘어서는 ‘인간 안보’, ‘생태 안보’ 등 일상의 평화로운 삶을 위한 다양한 개념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평화는 정적이거나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우리 삶의 과제라는 점에서 이러한 개념의 등장은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하지만 전쟁이 없이도 전혀 평화롭지 않은 우리의 삶 속에서 여성과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인가? 여성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폭력은 성폭력, 아내구타, 성매매, 성차별만이 아니다. 시민권을 박탈당한 채 시민이 아닌 존재로 살아가는 ‘텅 빈 생명’인 절대다수의 빈곤한 여성들은 젠더뿐만 아니라 계급, 섹슈얼리티, 지역 등 여러 배제의 체계들에 의해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어있다 (조주현, ‘근대국가의 폭력, 텅빈생명, 여성평화운동’). 구체적으로 통일 이후 구동독의 여성들은 ‘통일과정의 최대 희생자’로서 경제적 문제와 연결된 사회문화적 위기로 갈등과 고통을 겪고 있다. 물론 동독 여성을 ‘피해자’의 수동적인 지위에 놓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있다 (도기숙, ‘통일 이후 동독여성의 사회문화적 위기’). 그렇다면 여성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여성=평화에 보다 가까운 존재’라는 젠더 본질주의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닐까? (김엘리, ‘평화로운 여성을 넘어서’) 여성의 관점에서 기존의 남성중심적인 전통적 이론에 개입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것은 과연 가능하거나 적절한 것일까? (황영주, ‘여성안보 다시 보다’)



이런 많은 의문들은 단지 이론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광화문에서는 광우병 소고기 수입, 대운하, 민영화 등 여러 정부 정책을 둘러싼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버시바우 미 대사는 “쇠고기 협상은 한·미FTA 비준을 앞두고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안보동맹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소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지는 것이냐’며 어이없어하기도 했지만, 사실 버시바우는 이 문제의 핵심 중 하나를 정확히 짚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정치에서 경제적 문제는 ‘안보’의 문제와 정확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몇 가지 다른 현실도 암시했는데, 우리가 지금 안보가 보장되지 않은, 즉 아직 평화롭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안보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점과 이 문제가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서 각 국가의 시민들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고기 문제는 여성 이슈가 될 수 없는 것일까? 누구의 이익을 위해 어떤 점에서 소고기와 안보의 문제는 중요한 것인가? 소고기 문제를 가지고 미국의 여성들과도 연대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많은 한국여성들이 거리로 나온 것을 두고, ‘아무래도 여성들이 아이들과 관련해서 먹거리 문제에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 것’이라는 추측이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여성들의 이해관계는 미국여성들과도 같을까?


평화는 멈춰있지 않다. 국내적으로도 한쪽에서는 물리적 폭력대치가 없는 ‘평화’시위를 외치는 시민들의 촛불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또다른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2008년 한국의 모습은 우리가 ‘평화’에 관한 보다 구체적이고 미묘한 맥락을 읽어낼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며칠 전 한 뉴스프로그램의 앵커는 뉴스의 마지막 멘트를 광우병 소고기 촛불문화제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에서 시민이 되기, 참 어렵습니다.”라고 했다. 시민으로서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결정에 저항하고 시민들의 안전한 삶에 대한 권리를 확립하는 것은 2008년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국면에서도 여성과 평화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여성과 평화의 관계는 단지 선언적이거나 특수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의 문제이자, 2007년부터 활력쾌담에서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듯이, 근대국민국가와 여성들이 맺는 관계 속에서 여전히 비시민인 여성들의 삶의 문제로 접근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활력쾌담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점차 심화시켜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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