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던 시절 국정홍보 캠페인이 ‘기본이 바로 선 나라’였던 것을 기억한다. 외환위기로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고 미주알고주알 경제정책의 간섭을 받으며 여전히 국가 부도의 위기감을 안고 살던 시기였다. 중소기업들의 잇단 부도사태와 그에 덩달아 줄줄이 이어지던 실업자 행렬, 미국 같은 나라에서나 존재하는 줄 알았던 노숙자들의 여기저기 뒹구는 잠자리 모습. 그 속에서 그동안 때깔 좋게 잘 나가는 줄로만 알았던 경제 시스템 어디에 구멍이 나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생각해보자는 뜻으로 그 구호를 받아들였던 우리 사회였다.
그러나 이제 시대를 선도하며 앞으로 나아가길 독려하던 그룹들이 후퇴하고 저마다의 깔고 앉은 자리를 보존하는 일에 최우선을 둔 그룹들이 이 나라의 오늘 역사를 꾸려나가게 됐다. 시스템 손질에만 급급해 옛 추억에 젖은 민심은 보지 못한 서투른 정치의 결과물이다. IMF 시절의 궁색한 살림살이를 잊고 싶은 민심은 또다시 ‘소비는 미덕’이라며 장밋빛 청사진으로 유혹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기를 선택했다.
경제적 선택은 그렇다 하자. 그러나 정보화시대에 산업시대의 미망을 기치로 내걸고 새로 들어선 정권은 경제시스템의 복고만을 꿈꾸는 게 아니다. 경제지수에 비해 몹시 낙후됐던 인권지수를 간신히 경제지수에 어지간히 근접하는 정도까지 끌어올려 놓은 한국사회를 다시 1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민족의 생존을 위해, 인류의 형제애를 위해 간신히 내디딘 발걸음조차 돌이키려 한다.
이런 퇴행을 초래한 바탕에 진보를 위해 힘을 모으던 우리는 과연 어떤 과오를 범한 것인지를 처음부터 되짚어 봐야 한다. 혹여 조직적, 이념적 지표들에 휘둘리느라 ‘사람’을 제대로 보고 챙기지 못한 것은 아닌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우리들이 하려는 일의 근본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지금 총선 때문에 많은 이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근본을 다시 생각해보는 성찰없이 선거의 승리만을 꿈꾸다가는 IMF시절을 초래했던 정부의 죄마저 모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인 우리 역시 나로부터 평화를 만들고 있는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마땅하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의무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