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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평화문화 형성을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 3

- 박수선(갈등해결센터 소장)


지금 평화여성회 갈등해결센터에서는 회복적 사법 회합 조정자 훈련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은 올해 처음 신설된 과정인데, 갈등해결센터에서 2006년부터 모색하고, 현재 진행중인 청소년범죄를 다루는 대안적 방식인 ‘회합’을 진행할 조정자를 양성하는 훈련 프로그램이다. 이 훈련과정은 기본과정과 중급과정인 조정자훈련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현재 18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과정을 마치면 실제 평화여성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회합’에 협력조정자로, 조정자로 참여하게 된다.

평화여성회에 갈등해결 관련 교육과 사업을 진행한 지 벌써 만6년이다. 2003년 처음 ‘갈등해결과 평화’ 강사트레이닝을 시작한 이후 청소년대상 갈등해결교육뿐 아니라 사회갈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사로 확장되고, 또 예방을 위한 교육뿐 아니라 실제 사례에 접근하기 위한 모색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영역의 확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함께 활동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밑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지난 호에 이어 2기 강사트레이닝 참가자들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올해가 6기 강사트레이닝을 계획하고 있으니 2기는 대선배인 셈이다. 모든 참가자들이 나에겐 의미있는 분들이지만, 특히나 오늘은 세 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먼저 갈등해결교육의 필요성을 몸으로 보여주셨던 강중근 님이다. 강중근은 당시 광주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모 일간지에 조그마하게 실린 교육 개최 관련 단신을 보고 선뜻 신청하여 2박3일 워크숍에 참석하였다. 사실 그에게도 이야기해서 그도 알지만 그는 2박3일 워크숍 기간 내내 진행자들을 많이 괴롭힌 사람으로 손꼽힌다. “질문 있습니까?” 하는 소리만 나오면 어김없이 질문을 하는데, 그 질문이란 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진행 내용에 대한 반론이 주를 이루었다. 말도 꽤 늦고 또 길게 이야기하셔서, 그런데 그 말마다 또한 강한 감정과 어조를 갖고 있어서 대답하는 진행자들을 어렵게 했었다. 나는 내심 “얼마나 다행인가. 2박3일이 지나면 다시 참석하지는 않으실거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 그가 2박3일이 지나 마치면서 나에게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좋은 워크숍이었어요. 2박3일만 참석하려고 했었는데, 더 배워봐야겠습니다.” 하며 나머지 심화 강좌에도 참여하시겠다고 했다. 앞으로 몇 달 간을 더 만날 생각을 하니 참 답답했었다.

그런 그는 넉 달여 동안 매주 왕복 9시간 걸리는 길을 이사 때문에 단 한번을 빼고는 꼬박 참석하였다. 그는 그 후 ‘갈등공부’-그는 꼭 갈등공부라고 말하곤 했다.- 예찬론자가 되었는데, 그건 그 자신이 이 교육을 통해 변화의 경험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구분, 자기 신념이 분명한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있으면 견딜 수 없어했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의 부적절한 행동에도 화가 나고, 심지어 가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야 마는,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갈등공부를 통해 나 자신의 분노와 화를 50% 넘게는 줄였다고. 다른 사람도 그 나름의 가치관과 행동의 이유를 인정하게 되고, 내 의견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나와 다른 의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2기 강사트레이닝이 끝난 이후에도 지역워크숍, 또 다른 프로그램들에 꾸준히 참여하며 자신의 변화를 노력하고 또 지역사회에 갈등해결과 평화교육을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했었다. 요즘은 생업 때문에 갈등해결센터 활동에 발걸음이 뜸하지만, 여전히 가끔씩 “소장님...” 하며 전화를 하신다. 벌써 인연을 맺은지 햇수로 5년. 앞으로 지역에서 또는 갈등해결센터의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두 번째로는 최연소 참가자 이현주 님이다. 2004년 그는 대학 2학년생이었다. 긴 생머리의 이현주는 생김새도 대학생이라지만 고등학생정도로 앳되어보이고 말소리도 작고 수줍어하는, 소녀였다. 어린(?) 나이에 참으로 생소한 갈등해결과 평화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져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참여하면서 보여준 그의 당당함과 성실함은 ‘요즘 청년’에 대한 나의 인식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강사트레이닝이 끝나고, 청소년교육팀에서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 대상 수업을 진행하였고, 그러다가 2005, 2006년 2년 동안 반상근활동가로 일했다. 2년 동안 활동가로 일하면서 그는 갈등해결센터의 강사트레이닝, 지역워크숍, 조정진행전문가훈련 프로그램, 또 청소년캠프, 부모자녀캠프 등 청소년대상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기획을 함께 하고, 그 실무를 책임지고 진행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수업 외 나머지 시간을 활동에 참여했는데, 하기로 나눈 일에 대해서는 한번도 중간에 포기하거나 중단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 모두가 대견스러워했던 것은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2005년에는 학교에서 우등상을, 2006년에는 최우등상을 받았다는 것이다.(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가 화낼지도 모르겠다. 개인사를 이렇게 공개하다니... 그래도 나는 자랑스러워 이렇게 자랑한다) 그 상은 공부를 잘했다는 의미를 넘어서 자신의 일에 정성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반상근 활동을 그만두면서 갈등해결과 평화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하고, 또 관련 활동의 경험을 통해 인식뿐 아니라 활동가로서 실무역량을 높일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했다. 그는 지금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학습과 일이 비중이 높아져 현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하지만, 그에게 학교에서의 학습은 ‘어떻게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나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의 고민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젊은이로서 ‘편안하고 즐거운, 안정된 삶의 욕구’와 ‘타인과 사회, 평화로운 사회를 바라는 욕구’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늘 모색하고 고민하는 이현주를 보면서 앞으로 평화로운 미래 사회의 주인을 떠올린다.



세 번째는 갈등해결센터에 처음 사회갈등분석팀을 만들고, 초대 팀장을 지낸 박재근 님이다. 박재근은 새만금간척사업 갈등과정에서 민관공동조사단의 역할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쓰면서 갈등과 갈등해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2기 강사트레이닝에 처음에는 박재근도 워크숍만 참여하리라 생각하고 시작했으나, 전과정 참여를 선택하였다. 그도 개근상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워크숍에서 자기소개를 하면서 그는 “말을 잘 하지 못해서...”란 표현을 했었는데, 그때 모두에게 ‘우~’ 하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였다. 그는 차분하면서도 수줍어하는 듯 보였는데, 함께 하는 시간들 속에서 그 차분함 속에 다부지지만 유연하고, 또 하는 일에 대한 강단과 의지를 발견하였다. 무엇보다도 박재근 하면 기억나는 건, 항상 교육이 끝나면 뒷정리까지 같이 하고 이것저것 짐이나 가방을 자기 것처럼 챙겨 들어주는 모습이다. 자상하고 따뜻함을 늘 느끼게 해 주었다.

강사트레이닝을 마치면서 그는 학교에서의 갈등해결과 평화 교육뿐 아니라 사회 곳곳의 갈등, 특히 사회갈등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또 해결을 모색해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 전반의 평화문화를 형성하는 데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고, 갈등해결센터에 그러한 영역을 고민하고 활동하는 게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내었다. 당시 갈등해결센터는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갈등해결워크숍을 기획하고 있었고, 그 필요에 대해 공감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갈등을 주제로 우선 학습하고 고민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게 되었다. 2005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회갈등분석팀을 구성하고, 2007년 8월까지 그는 사회갈등분석팀을 이끌어왔다. 국내에 갈등분쟁해결 관련한 번역서나 자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주로 외국의 책을 번역해서 함께 읽고, 토론하곤 했는데 초기에는 사실 대부분의 번역이 박재근의 몫이었다. 팀장이라지만 팀원들이 좀더 자유롭고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기본 환경을 성실하게 제공하였다. 팀원 모두는 사실 박재근에게 미안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사회갈등분석팀은 2007년에는 학습을 넘어 연구와 실제 사례에 개입하여 갈등해결을 돕는 3자로서의 활동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지역의 한 사례를 분석하고, 연구하고, 대화 모델을 개발하는 활동을 적극화하기도 하였다. 박재근의 아이디어로 UNEP Eco-Peace Leadership Programme에 팀단위로 ’지역주민사이에서의 갈등해결과 관계회복 - 여주 빅토리아 골프장 사례를 중심으로‘ 주제로 사례연구작업에 참여하였다. 박재근이 2007년 여름, 좀더 깊은 인식과 학습을 위해 영국의 브래드포드 대학에 평화학을 공부하러 떠나 마무리는 그 주도로 하지는 못했지만, 기본적 작업을 박재근이 주도하였음은 물론,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팀 까페에서 함께 하고, 영문 번역작업도 그가 하여 최종 마무리작업도 그의 손을 통해 완성되었다.

지금 사회갈등분석팀은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매주, 또는 2주에 한번씩 꾸준히 모여 학습하고, 연구하고, 또 실제 사례에 뛰어들어 현장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의 활동은 어찌보면 초대 팀장인 박재근의 열 사람 몫 이상의 열성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좀더 다양하고 깊은 활동을 위해 우리는 박재근을 영국에 파견하였다.“ 박재근이 지금은 물건너, 산넘어 먼 이국땅에 있어 만나지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그와 또 그의 아름다운 아내가 건강하게 학업을 마치고, 가까이서 더 힘찬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기를 우리는 준비하며 기다린다.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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