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다음날 진보의 참패, 보수의 대성공이라며 보수 언론들은 축배를 들었다. 숫자가 보여주는 명백한 사실을 아니라고 부정할 길은 없다. 그리해서 달라질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조삼모사라는 고사를 통해 배운 어리석은 원숭이 꼴이 됐다는 자괴감은 떨치기 어렵게 됐다. 한마디로 돈독이 오른 한국사회가 빠르게 부자가 될 욕심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 배를 가른 것과 다름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하는 데에 어떤 낙관적 전망도 내놓을 게 없다. 국민들은 각 지역마다 뿌려지는 투기소득의 유혹에 홀려 정신을 놓고 끌려갔다. 서양 동화에 나타나는 피리 부는 낯선 사내를 따라 가는 동네 아이들처럼.
대중은 그렇다하고 그런 위험을 정면에서 지적하지 못한 야당에게 무엇을 기대할 바도 아니다. 참여정부의 ‘실정’을 성토하는 언론들의 논리에 매몰돼 헤어나지 못한 야당은 그저 ‘나는 관계없어’라고 손사래 치며 보수언론을 통해 던져지는 비판의 돌을 피하기에 급급해 국민대중이 처할 위험을 효과적으로 알려주지 못했다. 그리고는 결과적으로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자본의 대리인인 MB 정부가 초래할 여러 위험한 선택항 가운데 가장 위험한 두 가지만 살펴봐도 후손들에게 지금 우리가 얼마나 큰 빚을 떠넘기는 짓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하나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고 또 하나는 의보민영화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총선 기간 수면 아래로 감춘 채 착실히 밀어붙여갈 준비를 마쳤다. 한강과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삼고 살아가는 국민 70% 가량이 스스로 오염된 물을 더 비싼 물 값 내며 먹겠다고 선택했다. 생수 사먹으면 된다고? 어림없는 얘기다. 주 식수원에 문제가 생기면 지하수의 오염은 차치하고 아예 고갈될 게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미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 대한민국의 미래는 후손들의 고통스러운 유산으로 남겨질 일만 남은 셈이다.
의보민영화를 참 대수롭지 않게들 여긴다. 그러나 이건 중산층들의 서민층을 향한 명백한 배반행위다. 의료보험료 조금 올리는 데 반발했던 그들이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해 더 나은 진료서비스를 받겠다며 낼 비용은 그 인상분의 몇 배에서 차츰 몇 십 배로 늘어날 것이다. 민영의보에 가입하지 않으면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감수하거나 감기 한번 진료에 6만~7만원의 의료비를 지불하며 살게 될 터이다. 그런데도 현행 의료보험의 최대 수혜자인 노인들부터 어떤 선택을 했을 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민영의보에 가입하든 말든 그들의 늘어나는 의료비는 결국 후손들의 부담으로 지워질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