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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1. 지구화, 텅 빈 생명, 페미니즘: 공공성의 변화와 여성운동의 대응

- 레나(이화대 대학원 여성학과 석사 수료)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여성과 평화, 다시 묻다”라는 주제로 활력쾌담이 열렸다. 4월 28일에 있었던 첫 번째 세미나에서는 계명대 여성학과 조주현 선생님의 “지구화, 텅 빈 생명, 페미니즘: 공공성의 변화와 여성운동의 대응”에 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조주현 선생님께서는 『호모 사케르』의 저자 어갬번의 ‘텅 빈 생명(bare life)'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지구화 시대에 시민권을 박탈당한 채 시민이 아닌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호모 사케르’는 ‘호모 세이서’(homo sacer, sacred man, 신성한 인간)라고도 읽을 수 있는데, “살해당할 수는 있지만 제물이 될 수는 없는 사람”(who can be killed but not sacrificed)을 의미한다. ‘호모 세이서’는 단지 ‘살아있다’는 사실 때문에 살해당할 수 있는 사람이며,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 없이 그의 생명을 종식시키려는 국가권력의 의지만으로 살해당할 수 있는 사람이다. 국가의 주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예외영역을 두어야 하는데 그 예외영역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텅 빈 생명이다. 이제 사람들은 죽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텅 빈 생명이 되는 것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조주현 선생님께서는 지구화 시대에는 예외적인 사람들만이 텅 빈 생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외 공간이 확장되면서 보통 사람들도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셨다. 생명정치가 주도하는 시대에서 우리 모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나도 어느 순간 텅 빈 생명으로 환원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리고 일상의 삶에서도 텅 빈 생명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은 우리가 함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일상에서 가능하게 하는 각 사회의 젠더, 계급, 섹슈얼리티, 지역과 같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배제의 체계이다.



조주현 선생님께서는 이 세미나와 관련하여 지구화 시대의 변화하는 공공성의 영역을 경제적인 측면과 정치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셨는데,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지구화 과정에서 어떻게 성별이 관련되면서 여성의 지위가 변화되었는가, 그리고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근대 국가주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텅 빈 생명이 어떻게 확대되고 있는가를 고찰한 다음, 마지막으로 이러한 지구화와 근대성의 변화에서 여성운동은 어떠한 위치에 있고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를 지역(local)을 중심으로 말씀하셨다. 지구화 시대의 금융네트워크는 동시에 네트워킹이 안 되는 공간이 있음을 함축하며, 네트워크에 연결된 집단은 번창하지만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집단은 못 사는 것, 즉 네트워크로 연결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은 죽어가는 땅에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는 단일하게 확장 또는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관계하는가에 따라 어떤 부분은 축소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확장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빈곤의 여성화란 여성들이 전반적으로 빈곤한 집단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네트워크에 접합되지 않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에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되는 핵심 집단이 여성이며 죽어가는 땅을 돌보고 있는 최전선이 여성이라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네트워크에서 벗어나있는 여성들은 어떻게 다른 방식의 주체성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여성운동은 어떤 정치적 감수성을 가져야 하는가? 조주현 선생님은 그 대답의 하나로 로컬을 지키는 것과 로컬을 글로벌과 연결시키는 번역, 이 두 가지 문제를 키워드로 제안하셨다. 그리고 갈수록 분절화되는 지구화시대에 개개인들 간의 결합을 유도하고 생명을 지속시키려는 힘으로서 에로스의 발현을 제안하면서 열정적인 강연을 마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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